[업계소식] 코로나가 바꾼 일상. 등산은 혼산·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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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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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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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매경이코노미 강승태 기자, 반진욱 기자]

#1. 20대 회사원 A씨는 4월 4일 용마산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다니던 헬스장이 휴관하자 운동하기 위해 산을 찾은 것. 기나긴 재택근무로 인해 갑갑함이 컸다는 점도 A씨를 산으로 이끌었다. 코로나19 위협이 여전한 만큼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각해 지인 1명만 데리고 산을 올랐다. 마스크도 썼다. 숨이 차고 김이 서려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감염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등산 내내 벗지 않았다. 평소 등산이 끝나고 찾던 식당도 이번에는 ‘통과’했다. 대신 도시락을 각자 준비해 간단히 먹었다. A씨는 “실내에만 있으니 답답해서 나왔다. 멀리 있는 설악산 같은 곳은 가기 힘들겠지만 용마산이나 북한산같이 시내에 위치한 산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를 대비해 안전 수칙을 잘 지키기만 한다면 탁 트여 있는 곳이라 바이러스 위협도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 40대 주부 B씨는 가족과 함께 경기도 근처에 있는 캠핑장으로 2박 3일 캠핑을 다녀왔다. 개학이 밀리면서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것에 답답함을 호소하자 야외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캠핑. 가족 단위 이동이 가능한 데다 캠핑장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기에 코로나19 위협이 적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바이러스 위협보다 힘든 점은 예약이었다. B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수도권 유명 캠핑장은 전부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수소문 끝에 겨우 한 곳을 찾아 예약할 수 있었다. “캠핑은 준비 단계부터 마칠 때까지 가족끼리만 붙어 있어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한창 활동할 시기의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게 마음이 쓰였다. 이번 캠핑이 만족스러웠던 만큼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다녀올 계획이다.”



지난 3월 17일 배우 차인표와 신애라 부부는 개인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부부가 함께 마스크를 쓰고 산행을 하는 모습이다. 신애라 씨는 “오늘도 걷는다. 걸으면 건강하고 누우면 아프다고 한다. 하루 30분 이상 걷기가 면역력을 증가시킨다. 어려운 시기 함께 걸으며 나아가자”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요즘이다. 방 안에만 있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투정이 심해진다. 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부모들도 돌봄에 지쳐간다.

2달 가까이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친 탓일까. 최근 야외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예년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봄꽃 명소들은 지자체 폐쇄 등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하며 야외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뀐 등산문화’다. 지금까지 국내 등산은 소위 ‘친목’에 기반을 뒀다. 5~6명 이상 지인을 대동하거나 산악 동호회와 함께 대규모 산행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이런 분위기는 달라졌다. 혼자 또는 둘이서 마스크를 낀 채 산을 찾는 ‘혼산족·둘산족(혼자 또는 둘이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캠핑 역시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 야외활동 중 하나로 꼽힌다. 캠핑장은 대체로 이용자 간 5~6m 이상 거리를 둔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합한 야외활동이란 분석이다.

야외활동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아웃도어 업계 역시 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혼산족과 둘산족이 늘어나면서 업체는 아웃도어 신제품을 출시하고 나섰다.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이 갑갑함을 벗어나고자 선택한 야외활동은 등산과 캠핑이었다. 사진은 등산객으로 붐비는 도봉산 초입 <매경DB>

▶증가하는 등산 인구

▷캠핑하는 사람도 부쩍 증가

구글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요즘 트렌드나 사람들의 관심 사항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검색량’이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국립공원이나 바닷가, 한강 둔치 등 야외활동을 검색한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131개국 이동 패턴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이동 리포트’를 발간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1월 3일부터 2월 6일까지를 평균치로 잡고 이후 사람들의 활동 변동 추이를 분석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공원 관련 트래픽이 5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레스토랑이나 영화관 등 소매·오락시설 이동 트래픽은 19% 감소했다. 공원 관련 트래픽이 늘어났다는 점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공원을 찾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글 검색량뿐 아니다. 실내활동의 위험성이 강조되면서 대표적인 야외활동인 등산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산행 액티비티 플랫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에 따르면 3월 3주와 4주에 걸쳐 전국 명산 100곳을 오르는 ‘명산100 산행 인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늘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북한산을 찾는 사람도 부쩍 증가했다. 올해 3월까지 북한산 탐방객(도봉산 포함)은 지난해(47만7085명)보다 약 20만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심각’ 단계 발령 직전인 2월 22일부터 3월 29일까지 6주간 북한산 주말 탐방객은 44만10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만2987명) 대비 32.4% 증가했다. 북한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탐방객이 늘어난 것 같다”며 “주요 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도록 홍보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야외활동 늘어난 배경은

▷그나마 밖에서는 안전하다?

야외활동이 늘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일단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오랜 ‘집콕 생활’에 지쳤다는 분석이다. 마스크만 잘 쓰고 단체활동을 자제하면 야외활동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한몫한다. 바이러스를 피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집 안에만 머물 경우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전문가들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에 기반을 둔 걷기와 등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비대면 야외 운동을 권장한다.

독일 국영방송 ‘독일의 소리’는 최근 ‘야외 스포츠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위험한가?’라는 주제를 다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면 스포츠(축구, 농구 등)를 피하고 조심히 운동하면 큰 문제없다”고 했다. 2m 이상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킬 수 있으면서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야외활동은 그나마 안전하다는 얘기다. 다만 야외활동을 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야외활동 역시 ‘언택트’가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캠핑이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가 잠시 시든 캠핑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도 가평이나 강화 등 주요 캠핑장은 주말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많이 찾는다는 전언이다. 캠핑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동적으로 실현된다는 점이다. 야외 캠핑장 텐트 간 거리는 최소 5~6m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캠핑이 실내활동에 비해 바이러스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캠핑장을 찾는 사람 중 상당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자동차나 캠핑카를 끌고 온다. 사람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자급자족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장점. 본인만의 침낭과 텐트 등이 있어 타인과 공간을 공유할 여지가 적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식당 종업원 손을 거칠 필요 없이 가족이 먹을 음식을 본인 식기로 만들 수 있다.

요즘에는 캠핑 중에서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차박(차+숙박)’이 대세다. ‘차박’은 소위 자동차에서 숙박하는 활동을 말한다. 원래 차박은 낚시꾼과 등산객의 문화다. 하지만 장비를 중시하는 한국 특유의 캠핑문화가 맞물리면서 차박 인구가 크게 늘었다.

차박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함이다. 캠핑장을 예약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지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안보현의 자동차 캠핑 여행이 방송을 타면서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된 것도 차박 인구가 늘어난 데 한몫했다. 개정 자동차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어떤 종류의 차량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됐다. 아반떼·스파크 같은 중소형차도 취사·취침·세면시설을 갖춘 캠핑카로 변신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가능했다.


등산과 캠핑 등 야외활동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관련 용품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사진은 매장에서 등산용품을 살펴보는 고객 모습. <롯데쇼핑 제공>

▶등산·캠핑 라인 늘린 유통가

▷혼산·홈캠핑족 겨냥한 제품 선보여

봄을 맞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도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유통가 역시 분주한 모습이다. 대부분 제품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등산·캠핑 관련 제품은 인기를 끈다. 이마트에 따르면 3월 등산 관련 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던 백화점 매출도 아웃도어 상품을 중심으로 회복세다. 롯데백화점 3월 마지막 주 남성 스포츠 의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9% 증가했다. 2월까지만 해도 매주 마이너스 성장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쿠팡은 캠핑·나들이 용품을 한곳에 모아 ‘캠핑 전문관’을 새로 구성했다. 상품 가짓수를 늘리고 구매 가이드 카테고리를 만들어 편의성을 높였다. 인기 검색어별 관련 상품도 따로 모아 언택트로 상품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들 시선 끌기에 나섰다.

아웃도어 기업 역시 ‘안전 등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점에 착안해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눈에 띄는 상품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마스크 용품이다. ‘아이더’는 필터 교체형 기능성 마스크를 공개했다. ‘트렉스타’는 마스크 대신 사용 가능한 기능성 등산용 면 스카프를 내놨다. 소규모 등산객을 위한 상품도 돋보인다. 코오롱스포츠는 1인·소규모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반사 소재를 입힌 상품을 선보였다. 빛을 반사해 야간 등산 시 안전성을 높인 제품이다.

캠핑카 업계는 승용차를 이용한 신차를 내놓고 있다. 소규모로 캠핑을 가는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전용 캠핑카가 출시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카라반테일이 경차 레이를 기반으로 만든 캠핑카 ‘로디’가 대표 상품이다. 크기는 작지만 캠핑에 적합한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1700만~2400만원대. 카라반테일 관계자는 “로디는 부담 없이 미니멀 캠핑과 차박을 즐기도록 개발된 차량”이라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행하면서 소규모 캠핑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등산·캠핑 인기 지속될 가능성 높아

등산·캠핑의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어떻게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국내 여행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태희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 야외활동 역시 영향을 받아 결국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활동 그 자체보다 대중교통 등 목적지까지 이동에 필요한 과정에서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면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안정화 단계로 들어서면 야외활동 유행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반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오히려 국내 여행지로 몰릴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멀리 가는 해외여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국 역시 전염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내 여행이 대안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사람이 적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등산·캠핑 또는 트래킹 같은 여행 위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현재 사람들의 여행 욕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억눌려 있다. 하반기쯤 상황이 나아지면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리라 생각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의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캠핑·등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러 문제점을 미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당장 무허가 캠핑장 난립과 부족한 정부 지원 등이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무허가 캠핑장은 정부당국 관리 사각지대에 있어서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가를 받은 캠핑장과 곳곳에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 관계자는 “원래 자연 명소에 가까운 곳은 캠핑장 허가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 캠핑 허가를 받은 곳보다 무허가 캠핑장이 입지 조건이 더 좋을 때가 많다. 현장에 가면 무허가 캠핑장에 손님을 뺏긴 사장의 불만이 높다. 일부는 괜히 등록했다는 말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정책을 통해 아웃도어 산업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학계와 업계 중심으로 나온다. 장비만 갖추면 누구나 저렴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인 만큼 여가 진흥 차원에서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은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전체 캠핑장 중 70%를 공공이 직접 관리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리해 캠핑을 비롯한 아웃도어 산업 체계가 잘 잡혀 있다.

김학준 경희사이버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캠핑은 어느 계층이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관련 부서는 올바른 캠핑문화가 자리 잡도록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보다 세심한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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